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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의 한탕주의와 욕망, 가상화폐 사기의 민낯, 몰락의 끝

by wotns 2025. 5. 22.

 

한탕주의와 욕망의 질주, 폭락이 포착한 청년 사업가의 흥망성쇠

영화 폭락은 2022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루나코인 대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한 청년 사업가의 욕망과 몰락을 밀도 있게 그려낸 범죄 드라마다. 주인공 양도현(송재림)은 가난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릴 적부터 돈을 벌고자 애쓴다. 그의 어머니는 교육 1번지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을 감행하며, 도현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도현은 장애 혜택을 악용하는 친구에게 교환학생 기회를 빼앗기면서, 제도와 시스템의 맹점을 뼈저리게 체감한다. 이때부터 그는 ‘눈먼 돈’의 존재를 깨닫고, 청년 창업 지원금과 각종 정부 혜택을 악용하는 법을 익힌다.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동기 강지우(안우연)와 손을 잡은 도현은 청년·여성·장애 등 다양한 가산점을 활용해 창업 지원금을 수급한다. 이들은 창업 지원금이 ‘망해 보라고 주는 돈’ 임을 간파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반복하며 국가 지원금을 빼먹는 데 점점 능숙해진다. 이 과정에서 도현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흐려지는 쾌감을 느끼고, 점점 더 큰 한탕의 기회를 찾게 된다.
폭락은 도현이 ‘마미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기획하며 본격적으로 욕망의 질주를 시작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도현과 지우는 SNS, 온라인 커뮤니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총동원해 코인의 가치를 부풀리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초기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마미 코인의 가격은 치솟고, 도현은 벤츠를 타고 다니며 성공한 사업가의 삶을 만끽한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공은 허상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코인의 구조적 결함과 무리한 투기 조장, 내부자 거래, 그리고 투자자들의 집단적 탐욕이 뒤엉키면서 시장은 급격히 불안정해진다.
영화는 도현의 성공과 몰락을 빠른 템포와 블랙코미디적 시선으로 그려낸다. 위장전입, 고의 부도, 창업 지원금 사기, 그리고 가상화폐의 거품까지, 폭락은 한탕주의와 거짓, 그리고 욕망이 만들어낸 현대 청년의 흥망성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도현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시장이 붕괴하자 그는 순식간에 최악의 경제사범으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의 그림자와 청년 세대의 불안, 그리고 욕망의 파국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가상화폐 사기의 민낯, 피해자와 공범의 경계

<폭락>은 가상화폐 시장의 광풍과 그 이면에 숨겨진 사기의 민낯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도현과 지우는 마미 코인의 성공을 위해 투자자들의 탐욕과 불안을 교묘히 자극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투자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유명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스스로도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심리로 거액을 쏟아붓는다. 영화는 투자자들이 피해자인 동시에, 거품을 키운 공범이기도 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마미 코인의 가격이 치솟을 때, 도현과 지우는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흘리고, 일부 투자자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투자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후발 투자자들은 폭락의 희생양이 된다. 영화는 시장의 광기와 군중심리, 그리고 집단적 탐욕이 어떻게 사기극을 키우는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지는지 치밀하게 묘사한다.
폭락의 후반부는 시장 붕괴와 함께 본격적인 파국으로 치닫는다. 마미 코인의 가격이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도현을 찾아와 분노를 터뜨리고, 언론과 수사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현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 해외로 도주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믿었던 동료들마저 등을 돌리고, 투자자들의 원성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피해자들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도현의 고독한 도주를 교차시키며, 가상화폐 사기의 파괴적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폭락>은 실존 루나코인 사태를 모티브로, 50조 원에 달하는 피해액과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현실을 반영한다. 영화는 사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은 실제 사건의 맥락을 신중하게 다루면서, 단순한 범죄극이 아닌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집단적 도덕 해이를 날카롭게 고발한다. 피해자와 공범, 욕망과 책임의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관객에게 묵직하게 던진다.

몰락의 끝,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경고

<폭락>의 마지막은 도현의 몰락과 함께, 현대 사회의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로 귀결된다. 도현은 해외로 도피하지만, 결국 법적·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도현은 미국 송환을 앞두고 변호사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변호사는 “한국 송환을 받아들이라”라고 조언하고, 도현은 자신의 선택이 초래한 참담한 현실을 고독하게 마주한다. 이 장면은 한때 ‘성공한 사업가’로 불리던 청년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사회적 파문과 법적 심판 앞에 서는 아이러니를 상징한다.
영화는 도현의 몰락을 단순한 개인의 실패로 그리지 않는다. 그의 몰락은 한탕주의와 거짓, 그리고 집단적 탐욕이 만들어낸 사회적 비극임을 강조한다. 도현이 성공을 위해 저지른 수많은 불법과 편법, 그리고 투자자들의 집단적 맹신과 도박적 심리가 합쳐져,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 영화는 “누가 진짜 피해자이고, 누가 진짜 가해자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현대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책임 회피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폭락은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과 한탕주의의 파국, 그리고 도덕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는 “돈은 어떻게 벌었는가보다, 어떻게 잃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에게 욕망의 끝은 결국 파멸임을 경고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인간의 욕망, 그리고 책임과 윤리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결국 <폭락>은 한 청년 사업가의 흥망성쇠를 통해, 우리 모두가 욕망과 책임, 그리고 도덕성의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송재림의 마지막 연기가 빛나는 이 영화는, 가상화폐라는 신기루에 휩쓸린 현대인의 불안과 허상을 날카롭게 비추며, 관객에게 오래도록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