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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미스터리 메시지 심층분석

by wotns 2025. 8. 5.

 

신비의 쌍둥이와 종교 미스터리

사바하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2019년작 미스터리·스릴러 영화로, 한 시골 마을에서 신비로운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연쇄 사건을 따라간다. 쌍둥이 중 동생 금화는 다리에 기형이 있는 상태로 태어나고 언니는 태어났을 때부터 온몸에 털이 뒤덮여 ‘그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창고 안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성장한다. 어머니는 출산 직후 사망하고, 아버지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 두 아이는 조부모 손에서 키워진다. 이상한 일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은 가축들의 변사와 이상행동, 마치 마을을 휘감는 저주를 두려워한다.
한편, 서울에서는 신흥 종교 비리를 파헤치는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종교 단체 ‘사슴동산’을 조사하고 있었다. 16년 전 영월 터널 사건에서 발견된 여중생의 변사체, 입 속의 부적 등 불길한 단서들은 경찰과 박목사를 사건의 중심으로 이끈다. 박목사는 ‘육손’으로 불리는 교주 김제석(유지태)의 존재, 그리고 사슴동산 교단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은 1999년생 여자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드러나고, 점점 더 많은 인명 피해와 종교의 사악한 진실이 속속 드러난다.
사건의 끝에 가서는, 쌍둥이 언니 ‘그것’이 보름달 아래서 털이 벗겨지고 인간의 모습을 되찾으며, 예언된 대로 신성한 존재로 각성한다. 교단의 추종자들은 이 존재를 파괴하려 하며, 박목사와 모든 인물은 운명적 격돌과 마주한다. 결말에선 김제석의 정체, 100년째 이어진 악한 의식의 진실, 그리고 박목사와 주요 인물들이 겪는 신념의 붕괴, 인간의 구원에 대한 질문들이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사바하는 단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넘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종교, 믿음, 군중심리, 구조의 사악함 등 복합적 질문들을 던지는 강렬한 이야기 구조로 완성된다.

구원, 위선, 교단의 잔혹한 이면

사바하라는 제목 자체는 산스크리트어 만트라의 봉인어로 "그렇게 되기를" "소원이 이루어지기를"이란 의미다. 영화에선 이 단어가 무의미하게 반복되며 세속적 욕망, 엉뚱한 믿음, 그리고 집단의 맹목적 신앙을 드러낸다. 진언 외침조차 무의미한 구호로 변질되어, 현실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게 만드는 집단 광기를 상징한다. 여기서 사슴동산과 교주 김제석은 외적 구원의 메시지를 부르짖지만, 그 이면엔 아동 유기, 인간 실험, 집단 살인 등 잔혹한 비윤리적 행위가 가득하다.
오컬트 장르의 대표답게, 영화는 지속적으로 뱀, 사슴, 6 손 등의 상징을 활용한다. 뱀은 악령, 유혹, 인간 내면의 어둠을 상징하며, 육손과 쌍둥이라는 이중적 존재는 인간의 선악, 구원과 파멸의 이중성, 곧 불교의 연기사상(모든 인연은 원인·결과로 이어진다)을 은유한다. 또한 쌍둥이 언니(‘그것’)와 금화의 대비, 그리고 ‘진짜’ 구원자의 등장, 가짜 교주의 파멸 등은 집단이 만든 허상과 그 안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믿음의 가능성, 구조적 위선을 비판적으로 노출시킨다.
결말에선 박목사라는 기독교적 시각의 인물이, 불교적 개념(육손, 사바하, 인연 등)과 교차하며 기존 신념에서 벗어난 진실과 마주한다. 마지막에는 진정한 구원이란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쉬이 도달할 수 없는 실체임을 강조한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사바하” 역시 의미를 상실한 믿음, 진정성이 없는 신앙, 생존 위해 이용되는 종교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남긴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 종교 비판을 넘어서 인간 존재 본연과 진실, 선과 악, 도덕의 경계까지 재고하게 만든다.

선악의 경계, 내면의 어둠과 빛

사바하의 인물들은 복잡한 내면을 가진 채 선과 악, 믿음과 불신,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박목사(이정재)는 신흥 종교 이단을 파헤치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대표로 과학과 신앙,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방황한다. 종교적 신념보다는 진실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인물로, 교단 사건을 좇으며 점점 종교의 본질과 위선 앞에서 무력감을 겪는다.
금화(이재인)는 쌍둥이 중 동생으로 신체적 약점(다리 기형)과 함께, 세상에 버려진 약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 언니(‘그것’)에 대한 두려움, 인생의 비밀과 맞닥뜨리면서 점차 주체적으로 각성한다. 쌍둥이 언니는 정체불명의 신적 존재로, 창고에 은둔하며, 현생을 초월한 존재임이 암시된다.
김제석(유지태)은 사슴동산 교주로 초월적 능력과 불사의 존재라 믿어진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며, 무수한 신도 살인, 100년을 이어온 의식, 인간성을 상실한 광기와 위선이 드러난다. 그 외에 조직의 충복 ‘광목’, 금화의 가족, 이단 교단 내 다양한 조력자와 경찰, 기자 등 모든 캐릭터는 일방적인 선악이 아니라 사정(역할, 사회적 조건 등)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후반 박목사는 믿음의 붕괴, 교단의 실체에 직면하며 스스로의 신념과 인간성조차 시험받는다. 금화와 ‘그것’은 운명적으로 대립하지만, 결국 둘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바하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종교와 현실, 구조와 개인의 모순에서 본질적인 인간의 고통과 구원을 상징한다.